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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갑상선암 환자 기록_(9) 추적검사 본문
작년 3월, 갑상선 암 때문에 수술대에 올랐다. 목을 열고 뭔가를 꺼낸다는 게 처음엔 좀 무섭게 들렸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이제 괜찮겠지" 싶었다. 그해 9월엔 요오드 치료까지 받았다. 방사성 요오드를 삼키고 며칠간 격리된 채로 지내면서 "이걸로 끝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첫 번째 추적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소견을 받았을 땐 정말 숨이 탁 트였다. 의사 선생님이 "잘 되고 있다"고 웃어주던 그 순간, 잠깐이나마 마음이 가벼웠다.
근데 이제 2025년 4월, 두 번째 추적검사가 다가오니까 또 심장이 쿵쾅거린다. 첫 검사 때는 "이제 다 끝난 거 아냐?" 했던 낙관적인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엔 좀 다르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감이 더해진 걸까. "혹시라도 뭐가 나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든다. 괜찮을 거라는 믿음이 70%쯤 된다면, 나머지 30%는 불안으로 채워져 있다. 사람 마음이 참 간단하지 않네.

그동안의 1년
수술하고 치료 끝난 뒤엔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꽤 애썼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 내리고, 회사 가서 정신없이 키보드 두드리고, 퇴근길에 좋아하는 노래 틀어놓고 집에 오는 루틴. 가끔 친구들이랑 맛집 가서 수다 떨고, 주말엔 넷플릭스 보면서 빈둥대기도 했다. 그러다 보면 내가 암 환자였다는 게 까마득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목에 남은 흉터만 아니었으면 진짜 다 잊었을지도.
근데 몸은 솔직하다. 가끔 피곤함이 몰려오거나 목이 뻐근할 때면 "이게 혹시 그때 때문인가?" 싶어서 마음이 살짝 내려앉는다. 의사는 "수술 후유증일 수도 있고, 그냥 피로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그래도 찝찝함이 남는다. 건강했던 때로 완전히 돌아갈 순 없다는 걸 조금씩 받아들이는 중이다.
검사 앞둔 지금
이제 며칠 뒤면 병원행이다. 두 번째 추적검사라는데, 초음파 보고 혈액검사 하고, 또 뭐가 나올지 모른다. 첫 검사 때는 "설마 뭐 있겠어" 하면서도 손에 땀 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이번에도 결과 나올 때까지 며칠은 좀 멍한 채로 지내게 될 것 같다. 의사 선생님이 "지금까지 잘 버텼으니 이번도 괜찮을 거다"라고 했던 말이 위로가 되긴 한다. 그걸 붙잡고 버티는 중.
솔직히 걱정된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크긴 한데, 그 작은 "혹시”라는 가능성이 자꾸 머릿속을 맴돈다. SNS 보다가 누가 "갑상선 암 재발” 얘기 올린 글 보면 더 불안해지고. 그래도 어쩌겠나. 검사 받아야 알지. 괜히 혼자 상상하며 겁먹고 있을 시간에 차라리 맛집이나 검색해놓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고.
나를 다독이는 중
생각해보면, 수술부터 여기까지 온 것도 나름 대단한 일이다.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면 "잘 버텼네" 할 것 같다. 이번 검사도 그냥 또 하나의 과정일 뿐이라고, 그렇게 넘기고 싶다. 결과가 좋으면 당연히 기쁘고, 혹시 안 좋더라도 그때 가서 또 싸우면 되니까. 살아보니 별일 다 겪더라. 이 정도는 그냥 지나가는 바람 같은 거라 믿고 싶다.
검사 끝나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갈 거다. 요즘 땡기는 메뉴가 딱 있거든. 그때까지는 그냥 하루하루,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려고. 뭐든 잘 될 거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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