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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ck

3월 말, 경주로 떠난 여정은 벚꽃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때와 딱 맞았다.아직 꽃잎이 흩날릴 정도로 활짝 피진 않았지만, 가지 끝에 맺힌 연분홍 꽃망울이 봄의 기척을 조용히 전했다. 날씨는 따뜻함과 쌀쌀함 사이를 오가며 계절이 살짝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햇살 사이로 스며든 온기가 분명 봄의 손길이었다. 그때 나는 황리단길에서 조금 떨어진 '이제경주'에 짐을 풀었다.여기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계절의 변화를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줬다. 침대 위에 놓인 잠옷은 포근했고, 스탠바이미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으니 봄밤의 분위기가 가득 찼다.숙소 곳곳의 디테일도 눈에 띄었다. 객실마다 준비된 다기 세트로 차를 내려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은, 마치 시 한 구절을 읊는 듯한 여..

"한식 좋아하는 것 같아서, 운이 좋게 한 타임이 비어있더라고""나도 평소에 가보고 싶었는데, 너 덕분에 이번에 가보려고"내 취향을 알아주고 그 취향을 본인의 경험에 반영하는 사람.분명, 그 경험의 값이 절대 저렴한 것이 아니지만, 함께하는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는 사람.오래 곁에 두어야 할 사람.‘전문 조리사’를 뜻하는 ‘숙수’에서 착안해 이름 지은 ‘권숙수’는 권우중 셰프의 한식 레스토랑이다. 이곳에선 한식의 기본 맛을 좌우하는 장, 젓갈, 식초 등을 직접 담가 사용하는데, 이러한 정성이 권숙수만의 기품 있는 요리를 완성한다. 디너 코스는 1인당 34만 원 (페어링 별도) 메뉴, 식전주 그리고 전채요리 첫 번째 페어링 그리고 산기슭 잣두부 그리고 셰프님이 직접 해주시는 키친 투어.각종 장류를 맛보고 ..

비록 출장으로 방문한 생애최초 여수였지만, 숙소만큼은 자율적으로 잡자는상무님의 배려(?)에 따라난 생각보다 가성비가 좋아 보이는유탑마리나 호텔로 예약을 했다. 멋진 오션뷰를 자랑하는 객실이었고기본 제공되는 생수가 에비앙이라 기대이상이었는데알고 보니 난 무슨 이벤트로 나온 객실을 예약한 거라에비앙이 기본 옵션이었고원래는 동원샘물 제공이라고 한다. 내가 묵었던 모든 호텔 중에 침대가 나랑 가장 잘 맞았다.푹신함의 정도가 그냥 12시간 내리 자기 딱 좋았다. 주말 밤엔 풀파티도 있는데나는 부산에서 온 내 친구와 함께 파티도 즐겼다. 낭만포차 거리는 생각보다 상업화된 지구 같아낭만보다는 호객행위에 정신을 못 차렸고가게마다 메뉴의 차별도 별로 없어서그냥 아무 데나 들어갔다. 한 가게에 사람이 몰려있진 않았고모..

3월 초, 제주도의 유채꽃이 필 무렵무려 1시간이 넘게 비행이 지연되는 사건,지연되다 못해 비행 자체가 취소되는 사건,수강신청급으로 다음 비행기를 티켓팅하는 사건을 겪고 가장 먼저 마주한 제주도의 식당은 우진해장국이었다.웨이팅이 어마어마하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날은 유독 한적했는지 아니면 클로징타임이 다가와서인지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다. 고사리 육개장, 몸국, 녹두전 그리고 한라산가히 제주도 첫식사로 완벽에 가까운 조합이었다.몸국도 생각보다 이색적이진 않았고 대중적인 맛이었다. 밤이 늦어 얼른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했고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친구 강력추천 도주제에 방문했다. 이색적인 분위기, 풍성한 맛의 김밥과 라멘.다음에 제주도에 가면 빼먹지 않고 방문할 맛집이다. 사장님도 매우 친절하시고 포장..

230420예보가 그랬듯 어김없이 비는 추적추적 내렸고 바람은 거셌다.토요일 아침부터 부리나케 일어나 도수치료를 받고 서울역 그라운드 시소 센트럴을 방문했다. 전시와는 일가견이 없어도 너무 없었기에 생경했고, 혹여 지겨우면 어쩌나 우려스러웠다.특히나, 사진전은 "남이 찍은 사진이 뭐 볼 게 있다고..."라는 몽매한 생각에 매번 갈 기회를 걷어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끼니를 굶어, 위트앤미트에서 파스트라미 퀸즈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먹고든든한 배로 사진전에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인 뉴욕 도심의 사진에 압도되었다.너무나도 선명했고 생생했고 도심과 자연을 수백 개의 직선에 담아낸 느낌이었다.(쓰다 보니 표현 수준이 너무 낮은데 아무튼,, 대단,, 응응,,,) 사진으로 이 정도 생생함을 표현할 수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