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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uck

이제 나는 그 오피스텔의 집주인이다. 전세금 2.8억 원을 잃고, 국세 3천만 원을 대납하며 얻은 자산이다. 지금은 월세 임차인을 두고, 매달 임대료를 받는다. 처음 임차인과 계약서를 쓰던 날, 손이 떨렸다. 내가 세입자에서 임대인으로 바뀌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새 아파트로의 이사를 꿈꾸다 절망에 빠졌던 나. 1년 전,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던 내가 이렇게 새 삶을 꾸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 과정은 악몽 같았다.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지 않은 실수, 집주인을 이유 없이 믿었던 안일함, 엄마의 잔소리를 무시한 태도는 내게 엄청난 대가를 치르게 했다. 아파트 전세를 향한 욕심이 모든 걸 망쳤다. 이사 3일 전, 집주인의 “돈이 없다”는 말이 아직도 귓가를 울린다. 국세를 대납하고 오피스텔을..

집주인의 “돈이 없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전세금 2.8억 원, 내 전 재산이었다. 새 아파트로의 이사계획은 모두 중지되었다.계약금은 이미 지불했고, 이삿짐 트럭은 3일 뒤 도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오피스텔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니,,, 게다가 국세 체납 3천만 원이 오피스텔에 걸려 있었다. 전세보증보험이 없으니, 내 돈을 지킬 안전망 하나 없었다. 소송이나 경매를 생각해 봤지만,시간과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없었다. 새 아파트 계약을 깨면 계약금도 잃을 터였다. 나는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그 과정은 지옥 같았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 오피스텔에서 보낸 밤들은 악몽 같았다. 난생처음 침대에 무릎을 꿇고 기도까지 해보았다. 신이 있다면 살려달라고. ‘왜 내가 욕심을 부렸을까?’ 새 아파트..

어느 날, 친구가 새 아파트로 이사한 모습을 보고 나도 새로운 시작을 꿈꾸기 시작했다. ‘지금 전세금을 돌려받고, 약간의 대출을 보태면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생각은 점점 커졌다. 전세보증보험 갱신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은 채, 나는 새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부동산 사이트를 뒤지며 아파트 매물을 찾았다. 역세권에, 넓은 거실과 새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아파트가 눈에 들어왔다. 가격은 내 전세금 2.8억 원에 대출 1억원, 그리고 부모님이 조금더 보태주시면 가능한 수준이었다. 부동산 중개인은 “이런 매물은 금방 나가요”라며 빠르게 진행하자고 했다. 나는 설렘에 들떴다. 새 집에서의 삶을 상상하며 계약서를 썼다. 이사 날짜까지 잡혔..

오피스텔에 입주한 첫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여기서 새 삶을 시작하는 거야.” 직장과 가까운 위치, 깔끔한 인테리어, 조용한 복도까지. 모든 게 내가 꿈꾸던 모습 그대로였다. 3년 8개월 동안 그곳은 나의 안식처였다. 하지만 그 시간 속에서, 내가 전혀 모르는 곳에서 균열이 시작되고 있었다. 처음 2년은 정말 순조로웠다. 집주인과는 연락할 일이 거의 없었다. 전세 연장 계약도 부드럽게 진행됐다. 묵시적 갱신이라 중개인이 따로 서류를 챙겨주진 않았지만 이따금씩 집주인과 문자를 하거나 전화를 하면 집주인은 매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주었기 때문에, 여전히 성실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중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업하시는 분이라 바빠서 직접 연락은 어렵지만, 문제없어요..

4년 전, 나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설렘에 가득 차 있었다. 그토록 원했던 취업에 성공하고 대학시절 내내 살던 동대문구를 벗어나 직장이 있는 역삼 근처에서 집을 알아보고 있던 중, 당시 만나던 X가 직주 분리의 중요성에 대해 조언해주었고 팔랑거리는 귀로 그 조언을 반영하여 잠실과 사당 근처로 오피스텔 전세를 알아보았다. 예산은 3억 원 안쪽. 월세는 부담스러웠고, 전세라면 안정적으로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때 나는 전세 계약이 나중에 이렇게 큰 시련이 될 줄 전혀 몰랐다. 새 집에서 펼쳐질 미래만 상상하며, 모든 게 순조로울 거라 생각했다. 부동산 중개인을 처음 만난 건 본격적인 겨울이 막 시작되던 무렵이었다. 직방, 다방, 네이버 부동산 등으로 온라인에서 마음에 드는 오피스텔 매물을 발견하고..

3월 말, 경주로 떠난 여정은 벚꽃이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는 때와 딱 맞았다.아직 꽃잎이 흩날릴 정도로 활짝 피진 않았지만, 가지 끝에 맺힌 연분홍 꽃망울이 봄의 기척을 조용히 전했다. 날씨는 따뜻함과 쌀쌀함 사이를 오가며 계절이 살짝 머뭇거리는 듯했지만, 햇살 사이로 스며든 온기가 분명 봄의 손길이었다. 그때 나는 황리단길에서 조금 떨어진 '이제경주'에 짐을 풀었다.여기선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계절의 변화를 고요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줬다. 침대 위에 놓인 잠옷은 포근했고, 스탠바이미로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으니 봄밤의 분위기가 가득 찼다.숙소 곳곳의 디테일도 눈에 띄었다. 객실마다 준비된 다기 세트로 차를 내려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은, 마치 시 한 구절을 읊는 듯한 여..

다른 사람들 대할 땐, 연애편지 쓰듯 했다. 그런데 백만번 고마운 은인한테는 낙서장 대하듯 했다. 퇴근 후 온전히 집에서 쉬고자 마음 먹은날, 그런날은 밖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여 몸도 마음도 허기가 져서 밥을 많이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다. 그런 날에 그녀는 내 헛헛함을 저 먼 타지에서도 느끼는지 어김 없이 전화하여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그녀의 전화를 그동안 내가 얼마나 대충 받아왔는지, 하나씩 떠오르니까 마음이 좀 무거워지더라. "아들 뭐해?"라는 물음에 "응 그냥, 집." 하고 건성으로 답하거나, 바빠서 정신없다는 핑계로 "나중에 전화할게" 하며 얼른 끊으려 했던 적이 많았다. 그때는 그냥 일상이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그녀의 목소리..

라메르 립밤: 가격 고민했지만, 이젠 없으면 안 되는템최근에 라메르 립밤을 샀다. 립밤 하나 사는 데 이렇게까지 고민할 일인가 싶었는데, 가격 보고 잠깐 멈칫했다. 근데 써보니까? 후회 제로. 재구매 각이다. 왜 샀냐면입술이 항상 트는 타입이라 겨울만 되면 고생이었다. 갈라지고 각질 일어나는 게 기본, 심하면 피까지 나고. 싸구려 립밤 몇 개 써봤지만 효과가 영 시원찮았다. 그러다 아는 누나가 "라메르 립밤 써봐, 진짜 다르다"고 추천해줬다. 근데 가격이… 139,000원 실화냐.평소 립밤에 쓰던 돈의 10배쯤? 솔직히 "립밤이 뭐라고 이 돈을 주나" 싶어서 한참 망설였다.구글링해보니 후기가 꽤 괜찮더라. 보습력 좋고, 오래 간다는 평이 많았다. 남자들도 의외로 많이 쓰는 모양. 결국 “한 번 질러보자”..